한달독서

[한달독서] 14일차: 여행의 이유 4

이네스네 2021. 5. 24. 22:45

1. 혼자 떠난 여행보다는 마음과 취향이 통하는 사람과의 여행이 훨씬 좋다. 취향이 통하는 친구와 함께 다녀온 이탈리아 여행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함께 하는 여행에서 서로가 남긴 사진을 봤을 때, 나도 모르던 나의 표정, 행동, 기분,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같은 공간을 보았지만, 서로가 기억하는 감정의 기억은 조금씩 달랐는데, 그런 추억의 교환 작업을 통해서 우리가 함께 했던 여행의 기억은 더욱 생생해졌다. 그리고 작가의 말처럼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 더 나의 여행이 명료해졌다.


2. 책을 읽을수록 작가의 경험과 생각들에 절절히 공감되었다. 여행과 출장을 다니며 이곳에도 저곳에도 섞이지 않는 나를 보면서 어색하고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많이 느꼈다. 한국인이지만, 한국인의 생각방식을 따르기 보다는 타지에서 만난 외국인들과 어쩐지 더 생각교류가 많았던 상황에 자주 놓여있었고, 양쪽이 이해되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스스로 굉장히 모순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확실히 소속을 정하고 싶기도 했었기에, 여기저기 기웃거려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방랑자는 방랑자일 뿐이었다.


3. 여행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아쉬움이 가득했다. 여행의 기간이 길고 아쉬움이 클 수록,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진짜 나로 돌아가는 것일지, 아니면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던 내가 진짜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았다. 어떤 곳에 있어야 진정한 내가 될 지 궁금했었다. 그래서 여행/출장을 다니는 것이 내 운명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움직임을 멈추고 싶었다. 계속해서 방랑할수록 공허함만 커져갔고, 여행은 더 이상 기쁨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