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독서] 21일차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3
흔들리는 지하철 출근길에서 오늘의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이 어려워서 글자만 눈에 박힐 뿐, 그 내용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지도 못했다. 그래도 눈으로라도 책에 씌인 활자들을 읽어내려갔다.
잘은 모르겠지만 책을 읽을수록 작가가 설명하는 순간순간의 예들은 조금씩 이해는 되었다. 바닥으로 떨어진 돌이 에너지가 적은 상태가 되는 것을 설명할 때 학창시절 배운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뀐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열에너지로 바뀐 돌은 물리학적으로 당연히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아마도 이러한 개념이 시간에 적용된 것이 아닐까? 시간의 개념은 사실 상대적인 것이지 않은가?
내가 지금이라고 말하는 순간 내가 생각한 지금은 사실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것이다. 전화로 우리는 동시에 통화를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각자의 시간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아주 빠른 시간안에 통화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다해도 이미 내가 말을 하는 순간 그것은 현재를 벗어난 과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시간이란 관념적 사회적 개념이 된다. 그리고 시간은 사건들의 관계일 뿐이게 된다. 작가는 불교경전에 나오는 왕과 나가세나의 일화를 예로 드는데, 그 예를 읽고 있으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라는 존재도 실존한다기 보다 내가 맺고 있는 관계와 사건들의 총체이다. 내 이름을 만들어주고 불러준 가족과의 관계, 학교라는 장소에서 내 이름을 기준으로 친구와 선생님이라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개념에서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묘하게 설득되는데 기이한 이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직도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는 책의 제목을 볼 때면 흠칫 놀라게 되기 때문이다. 얼른 다음 3장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