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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독서

[한달독서] 여행의 이유5


아무것도 아닌자, nobody일 뿐이다.

작가는 20대에 다녀온 유럽여행중 국경을 넘는 밤기차를 기다리다가 미국 여성 2명을 만났다. 그녀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행선지가 같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컴파트먼트에 함께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컴파트먼트는 영화 해리포터1편에서 호그와트 행 기차에서 해리와 론이 만나는 객실을 상상하면 된다. 현대식 열차에도 컴파트먼트 칸이 있다. 영화처럼 고풍스럽지는 않지만.) 보통 6명이 앉을 수 있는데, 그 공간을 3명이서 단란하게 사용한 것 같았다. 3명은 서로에 대해 질문하며 밤새 국경을 넘었는데, 그 때 작가는 처음으로 국적, 인종에 따라 분류되었고, 서양인들의 스테레오 타입에 따라 작가는 안전한 인종과 국적으로 확인받았다. 안전성이 입증된 후 그는 개별성을 잃어버린 nobody가 되었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의 이야기에서 나의 유럽 체류가 떠올랐다. 프랑스어를 배워보겠다는 명분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순간부터, 나는 그저 중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동양인, 프랑스어를 배우러 왔으면서 수업시간에 활발히 떠들지 않는 소심한 동양인에 불과했다. 지금이야 국어든 외국어든 문법, 발음, 유창함을 떠나 아무말 대잔치를 벌일 수 있는 뻔뻔함을 갖췄지만, 그 때의 나는 아주 친한 친구들이 아닌이상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수줍어하고 소심한 학생이었기에 외국어 회화가 빨리 늘지 않았다. 어학원 선생님들에게는 수업시간에 조용한 소심한 동양인이었고, 프랑스 남부 도시 니스의 거리를 거닐 때는 유혹하기 쉬워보이는 동양여성이었고, 파리의 버스기사나 제과점 점원에게는 자신들의 성질을 마음껏 부리고도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해 보이는 동양 어린이였다.

특별한 존재이고 싶어할 그 시기에 동경의 지역에서 오히려 차별과 무시를 당했다. 그들에게 나란 존재는 nobody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