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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독서

[한달독서] 23일차: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2

작가는 잡지에 소개된 집들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이렇게 멋진 집에 살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자주 물었다. 그리고 온갖 잡지를 뒤적이며 괜찮은 집들을 구경하면서 왜 이렇게 집 구경은 재밌는지, 자신과 친구들이 사는 집과 잡지 속 멋진 집들은 다른 건지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생각들이 단순히 멋진 집이나 비싼 가구가 아니라 ‘취향’이었다는 것을 안다. 집이 좋다는 느낌이 드는 공간에는 집주인과 닮은 무언가가 녹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또한, 취향이 집약된 ‘집’이라는 공간에 언뜻언뜻 보이던 탐나는 삶의 방식 같은 것. 취향이 아니고서는 설명될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집이라는 공간은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직계가족이 아닌 누군가가 우리집에 방문한다는 것을 꽤나 큰 의미로 생각한다. 아주 친밀한 관계가 아니라면 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나의 공간에 초대하기 꺼려지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내가 사는 우리집에는 나를 닮은 분위기가, 나의 삶의 방식이 녹아 있을 것이기에 내 취향을 공유할 상대를 고르게 되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나열하다 보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서로 맞닿아 있어서 놀랍기도 하고, 많은 것이 개연성없이 마구잡이로 섞여 있어 당황스럽기도 해요. 그런 것들이 커다란 덩어리를 이룬 것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인지하면 일상생활을 디자인하는 일에 재미와 깊이가 생깁니다.


최근에 이직을 했다. 이직을 한 곳은 스타트업 기업인데, 독특한 사내 문화가 있었다. 바로, 한 달에 한 번 모든 직원이 모여 월간 회의 비슷한 것을 하고, 새로운 직원이 있으면, 뉴비를 소개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이번달 뉴비는 나를 포함한 3명이 있었다. 뉴비들은 자기소개를 위해 간단한 PT자료 작성을 요청받았다. 그 회사의 뉴비이긴 하지만 모두들 경력직인데 자기소개라니. 신선하지만 꽤나 당황스러웠다. 지난 주말 내내 자기소개를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고 결국 짧은 소개자료를 만들었다. 구상하고 작성할 때는 좀 중구난방인 듯 했는데, 다 만들고 나니 다른 듯 통하는 나만의 취향이 보였다. 작가가 말한 부분이 딱 들어맞았다. 상관없는 것들이 맞닿아 있기도 하고, 때로는 마구잡이로 섞이기도 하고. 그런데 결국 그 모든 것은 바로 나였다. 이 점을 알아차리는 순간 내 일상이 의외로 흥미롭다는 사실을 알게된다.